지 리 산 이 란 ?

해발 1000m 넘는 산봉 30여개…오르면 오를수록 오묘하고 넉넉한 산

지리산(智異山·1915m)은 넓다. 규모로 등산객을 압도한다.
1967년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의 넓이는 440.5㎢. 한국의 16개 육상 국립공원 가운데 넓다.
단순 비교를 해본다면 북한산의 5.5배이며 설악산보다는 70㎢가 더 넓다.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군과 하동군, 함양군, 전남 구례군 등 3도 5개 시·군에 걸쳐 그 산자락을 펼치고
있다.
광대함은 직접 지리산 영마루 중 한 군데를 올라보아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다. 어느 한 봉에 오르
면 저쪽으로 전혀 독립된 산인 듯 지리산의 또 다른 산봉(山峰)이 푸른 하늘을 떠받들고 있고, 어느샌가
저편으로 몽롱한 이내를 허리춤에 두른 지리산의 또다른 거대한 능선이 장벽으로 일어서기도 한다.
장벽으로서 이 지리산릉은 사방, 특히 동서간 사뭇 다른 양상의 문화가 피어나게 했다.


지리산은 또한 깊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봉만도 30여 개가 여기저기 늘어서서, 그 사이마다 길고 깊은 골을 이뤄 놓았다.
뱀사골, 피아골, 칠선골 등 지리산의 계곡들은 걸어 오르노라면 끝이 없는 것 같다.
지리산에서는 얕고 짧다고 하여 이름조차 없이 푸대접받는 지류들도 맞대놓고 비교해 보면 여느 산의
가장 큰 계곡들보다도 더 길고 깊다.
산이 가진 넓이와 깊이를 아울러 ‘품’이라는 단어로 표현해 본다면
지리산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그 품의 넉넉함이다. 평수로 따져 1억3000만 평, 둘레가 800리인 지리산
에는 1300여 종의 식물과 180여 종의 동물(곤충류 제외)이 살고 있다.
품어안은 사암(寺庵)도 화엄사, 연곡사, 천은사, 쌍계사, 칠불사, 대원사, 법계사, 실상사 등 대찰만 10여
개를 헤아린다.
규모와 짜임새, 가진 문화재의 품격 모두에서 두루 감탄스러운 명찰을 이렇듯 여럿 가지고 있는 산은 이
땅에 지리산뿐이다.


지리산 중에는 또한 수많은 은자(隱者)들이 숨어 살고 있다.
지리산 남녘의 유불선 합일 갱정유도 신자들의 마을인 청학동, 수만 개의 돌탑 쌓기를 하나의 선(禪) 수행
으로 삼으며 언젠가는 이화(理化)세계가 도래할 것을 꿈꾸는 한풀선사의 삼성궁(三聖宮) 등. 지리산 중에
는 우리가 미처 모르는 수많은 구도자들이 골짜기마다 나름의 수행처를 두고 해탈을 구하고 있다.
‘파르티잔, 혹은 유격대란 말에 걸맞는 활동이 가능한 지역은 남한에서 지리산뿐’이란 말도 지리산이 가진
품이 어떠한가를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등산객들에게도 물론 지리산은 넓고 깊다.
수백 번 올라도 잘 모르는 산이 지리산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오르면 오를수록 오묘하여, 종내는 침묵으로 오르게 하는 산이 지리산이다.

멀리 남해안까지 내려가도, 북동으로 두어 시간 달린 끝의 함양땅에서도 지리산은 하늘의 절반쯤을 가린
듯한 육중함을 잃지 않는다. 지리산 자락에서 살던 사람들은 지리산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먼 곳에
가 살더라도 자기는 지리산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지리산의 품은 이렇듯 어머니처럼 넓고 넉넉하다.
가진 품이 이렇듯 넓어서, 지리산은 이윽고 우리에게 ‘영원(永遠)’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산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