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이야기
하나의 신비로운 석상이 온갖 풍상을 다 견디며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천 년 동안을 있어 왔다. 그러나 지난 1970년대에 이 석상을 우상이라 간주한 모 종교 신자들이 두 동강을 내 천왕봉 아래로 굴러 떨어뜨렸었다. 그후로 이 석상은 아직까지도 천와봉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천왕사에 만신창이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안치되어 있는 석상은 바로 천왕봉 성모상(聖母像)이다.
높이 1.2m 너비 50cm의 앚은 자세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는 이 성보상은 검은 돌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특이한 돌로 만들어졌다. 이승휴는 [제왕운기]에 성모상을 고려 태조 왕건의 어머니인 위숙왕후의 상이라고 적고 있다. 혹자는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상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민간의 무속적 치성과 경배의 대상물이었던 점에서 삼신할미상,마고할미상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성모상의 실체를 둘러싼 설이 분분한데 이제는 대체로 '지리산신상'이라는 데로 학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1472년 8월 김종직이 천왕봉에 올랐을 때 이 성모상은 천왕봉 정상 성모사라는 작은 사당에 안치되어 있었으며 다음날 일출이 좋기를 비는 김종직 일행의 고사 대상물이 되기도 했다. 1489년 4월 김일손도 천왕봉에 올라 일출을 본 후 역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모상에 밥과 물 한 그릇을 올리며 집에 있는 노모의 안녕과 무사한 산행을 위해 제문을 지어 기도를 올린다. 물론 김종직과 김일손의 이러한 행동은 모두 성모상을 위숙왕후상이라 여겼기 때문에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성모상은 그동안 여러 차례 수난을 겪었다.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 고려 말 황산대첩에서 이성계에게 크게 패한 왜군이 지리산을 넘어 도망칠 때 분풀이로 성모상의 목을 내리쳤다고 한다. 성모상의 두번째 수난은 1558년(명종13)에 있었다. 키가 8척이고 담력이 뛰어난 천연이라는 중이 천왕봉에 올라 성모 사당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그곳에 안치된 성모상을 밖으로 집어던졌다.
유교는 국가가 아닌 민간에서 올리는 산신에 대한 제사를 음사로 규정하고 매우 배격한다. 그래서 천연의 이런 행동은 결국 성리학자들에게는 극구 칭송할 만한 일대 사건이었다. 남명 조식은 [용사천연전]을 지어 천연의 행동을 칭송하였고 송천 양응정도 역시 시를 지어 칭찬하였다. 특히 32세의 나이로 지리산을 유람 중이던 고봉 기대승은 칠불암으로 직접 천연을 찾아가 그의 행동을 칭송하는 장편의 시를 지어줄 정도로 감격해 한다. 그때 기대승이 남긴 시를 통해 천연의 성모상 파괴의 변을 들어보면 대략 "목이나귀, 겨드랑이에 달걀만한 딴딴한 멍울이 생기는 나력환자와 문둥이, 벙어리, 귀머거리가 몰려와 정성을 바치고 난잡하고 추잡하며 남녀의 외설도 많아서"라고 한다. 당시 성모상의 신통함과 영험함에 의탁하여 질병의 치유를 빌기 위해 여러 환자들이 천왕봉의 성모사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원래 천연은 바로 그전 해에 성모사를 파괴하려 했지만 완력의 무리에 막혀 한 해 늦추었다고 하는데 이는 성모상을 신봉하는 그룹이 적지않게 반발하고 저항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1586년 9월 2일 천왕봉에 오른 양대박이 성모상을 마야부인상이라 우기는 성모사 승려와 가벼운 입씨름을 벌였다는기록으로 보아 천연에 의해 파괴된 송모사는 곧 복구된 것 같다. 이로부터 약200년 후인 1751년에 이중환이 쓴[택리지]에도 영.호남 지방, 심지어 경기지방의 농부들이 한참 농번기인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농사도 포기한 채 천왕봉 성모사에 모여 법석댔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1945년 해방되던 해에 성모상은 또 한 차례 수난을 당했지만 인근 삼장면 내원리에서 발견되어 천왕봉에 다시 모셔졌다.
이처럼 온갖 수난을 겪으며 천 년 동안, 기록상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500년 이상 천왕봉을 지켜온 성모상은 천왕봉 제자리에 다시 모셔야 한다는 당위론에도 불구하고 여러 현실적 제약 때문에 1986년부터 중산리 785번지 천왕사(주지 혜범에 모셔져 일종의 피난살이와 연금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1991년 12월 23일에는 비록 초라하지만 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1988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천왕사간에 성모상을 두고 공유물 부당 점유에 관한 법정 다툼이 있었지만 1996년 11월에 산청군과 천왕사 측이 천왕사에 보호각을 건립해 협의하에 관리한다는 일종의 중재안으로 대략 마무리된 듯 싶다. 모 종교단체에 의해 미신 또는 우상물이라는 이유로 해코지당할 가능성이 높아 천왕봉에 곧 오를수는없겠지만, 그러나 성모상은 그 누구도 부당하게 점유할 수 없으며 또 천왕봉이 아닌 그 어떤곳에서도 참의미를 찾을 수 없기에 어느 때인가는 반드시 천왕봉에 모셔야 할 것이다.
<도서출판 "돌베게' 출판, 김명수 지음 "지리산" 에서 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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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멍게
지리산가는 차를 타고 가다보면 진주에서 보이는데 어딘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러번 본것 같은데....터미널 가기전에 있었던거 같은데..담에 보면 사진을 찍어서
올리던지...